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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옆 빌라 주민으로서 기생충이 된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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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나도나도
댓글 0건 조회 565회 작성일 24-05-09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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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빌라에 사는데, 아무래도 집 바로 앞은 인도가 좁고 바로 옆으로 차들이 다녀서 불편하긴 하더군요.

 

바로 한 블럭만 건너면 아파트가 있는데, 단지가 4개 단지고 각 단지 별로 동이 10개씩 있어서인지 내부 공간이 엄청 넓습니다. 조경시설도 잘 해놨고, 무엇보다 지상에 차 없는 아파트 컨셉이라 강아지 산책시킬 때 줄을 비교적 길게 늘어뜨리고 다녀도 되어서 좋습니다. 다른 강아지들도 많이 만날 수 있고요.

 

근데 이게 어찌보면 약간 영화 기생충이 생각난다는 말이죠.

 

아파트 주민들이 그 이선균 가족네고, 제 가족이 그 송강호 가족네인 느낌입니다.

 

아파트는 기본 관리비가 20만 원이 넘게 나오고, 빌라는 기본 관리비가 만 원대입니다. 엘레베이터 전기세 정도 말고는 안 나오더군요. 저희는 꼭대기층 복층인데 테라스도 있고 지붕에 태양광 모듈을 설치해서 전기요금도 안 나옵니다.

 

그런데 그 관리비가 결국 아파트 조경시설을 주기적으로 가꾸고(오늘도 강아지 데리고 산책하러 가니 아파트에 외부 사람들이 열댓 명 와서는 제초기같은 걸로 풀숲을 헤짚고 다니고 있었네요), 도로 문제있을 때 보수하고, CCTV도 돌리고 경비원들 월급도 주는 데 쓰이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대단지 아파트가 있는 덕에 초등학교도 두 개나 생겼고, 7층짜리 상가 건물이 4개가 들어왔는데 앞으로 2개 더 짓고있습니다. 덕분에 집 근처 5분 거리에 없는 게 없죠. 헬스장, 마라탕집 등 맛집들, 피아노 학원, 태권도장, 세탁소, 편의점 등등..

 

이런 상업시설들은 수요 인구가 어느정도 있어야 들어오기 때문에 따지고 보면 아파트 덕을 많이 본 거지요.

 

아무튼 아파트 주민들 입장에서는 본인들 관리비로 가꾸고 유지하고 보수하는 단지내 시설들인데, 돈 한 푼 안 내는 외부인이 들어와서 이용만 하고 간다고 하면, 조금은 억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관련해서 과거 사례를 찾아봤습니다.


찾아보니 입주민 대표가 아파트 외부인이 놀이터에서 노는 걸 보고는 주거침입으로 경찰에 신고해서 내쫓은 사례가 있네요.

 

애한테 과하다 싶긴 한데, 뭐 마음만은 이해가 갑니다. 앞서 말한 것과 결국 같은 내용이죠. 내가 낸 돈으로 가꾼 시설에 돈도 안 낸 사람이 들어와서 이용한다면 억울할 수 있겠습니다.

 

기사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렇게 얘기하네요.

--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29조의2에는 관리 주체가 입주자 등의 이용을 방해하지 않는 한도에서 주민 공동 시설을 인근 공동주택단지 입주자 등도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연합뉴스가 접촉한 변호사들은 대체로 일반적인 아파트의 놀이터 이용에 주거침입죄를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

정리하면, "주거의 평온"을 해칠만 한 사유가 있어야 처벌이 가능한데, 애들이 노는 걸로 주거의 평온이 깨질만하다고 보긴 어렵다는 거죠.

 

저도 강아지 데리고 아파트에서 산책을 많이 하는데, 뭐 저희 강아지가 본 배변은 확실히 치우고 다른 강아지가 있거나 사람이 있으면 줄 길이를 조절해서 피해가 안 가게끔 하니 산책로를 이용하는 정도는 뭐 아무런 문제가 될 것같지 않습니다.

 

얼마 전에 산책하다가 다른 강아지 주인 분을 만나서 인사하는데, 얘기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럽게 "몇 동이세요" 라고 물어보더라고요.

 

저는 "아, 이 옆에 빌라 삽니다" 라고 대답했는데 그 분은 뭐 전혀 그런 건 개의치 않고 그냥 "그러시구나" 하고는 계속 얘기를 나눴습니다.

 

사실 입주민들 중에서도 이기주의와 물질주의에 너무 찌들고 심취한 일부 사람들만 외부인에 대해서 배척을 하는 거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크게 문제삼지는 않을 것 같다고 생각이 들더군요. 입주민들 입장에서도 텅 비어있는 놀이터에 본인 자녀만 있는 것보다는 외부에서 온 친구들이 와서 같이 노는 게 더 좋지 않을까요.

 

아무튼 남의 돈으로 일구어놓은 인프라를 야금야금 이용한다는 면에서 근처 빌라 사는 게 약간 기생충같은 입장이 된 기분이 들기는 합니다. 그런데 법으로 뭐 그러면 안된다고 하는 것도 아니고, 아파트 관리규약에서 외부인의 산책로나 놀이터 이용을 금지한다고 하는 상황도 아니면 서로가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솔직히 아파트 경비원같은 것도 필요없이 빌라 자체관제 시스템만 있어도 되고(저희 빌라도 9개 단지급 대규모 빌라긴 합니다), 아파트 가서 쓸데없이 높은 관리비 내는 것도 싫고 집은 그냥 실거주로 여기서 쭉 살 예정이라 가격변동에도 큰 관심이 없습니다. 지금 생활 환경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앞으로도 기생충으로 살아갈 마음 뿐이네요. 아파트로 집을 바꿔준다고 해도 그 유지비용이 아까워서 안 갈 것 같습니다.

 

만약 이걸 가지고 문제삼아서 외부인은 아파트 출입 금지, 이런 식으로 관리규약을 만들고 아파트를 폐쇄적으로 돌리려고 한다면, 아마 제 생각에는 그 아파트 입주민들 본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결과를 만들 것 같네요.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문을 걸어잠그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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