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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 2십?년차 전문의입니다. 의대생 2000명 증원 너무 신나하지 마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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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웨더후
댓글 0건 조회 474회 작성일 24-03-21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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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산부인과전문의이며 2십년째 산부인과의사로 살고 있습니다.

이번 의대생 증원과정을 보면서 아 정말 대한민국은 답이 없구나 느껴지네요


 


윤석렬 정부와 보건복지부, 그리고 교육부의 이번 결정을


여야 지지성향과 상관없이 이번 정책 밀어부치기는 잘했다고 칭찬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한번 글을 써봅니다. 


 


주변에 만나는 분들은 온라인 특히 뽐뿌에 올라오는 댓글들 처럼


의대정원 2000명 확대를 적극 찬성하지 않는데 유난히 여기는 그런거 같습니다.


 


1. 2000명 늘어나서 왜 기쁘십니까 


  1) 아싸 이번엔 의협 그리고 의새들 주장을 정부가 꺾은게 시원하다


  2) 2000명 늘어나면 의사들 수입 감소할테니 철밥통 깨지는게 속시원하다


  3) 몇십년째 의대생 증원 못했는데 이번에 한다고 하니 그냥 기분이 좋다


  4) 우리 아들 딸 의대갈수 있는 확률이 올라가니 다행이다 (의사는 욕해도 우리 자식은 의대갔으면 좋겠다)


  5) 2000명이 늘어나서 지역의료도 살리고 필수의료도 낙수효과로 살릴거 같은 기대가 있어서 기쁘다


 


한번 가슴에 손을 얹고 답변을 생각해보세요. 아니면 다른 답이 있을수도 있겠죠...진짜 마음속으로 왜 기쁘신지


 


 


2. 3058명 정원에서 2000 명 증원하면서 발표된 각 대학 숫자를 한번 보시죠


   


   부산대, 경북대, 충남대, 충북대, 전남대 등등 국립대는 기존 정원 숫자와 상관없이 일괄 200명으로 대동단결했습니다.


   강원대만 132명 (특이하죠 남는 숫자2명을 2000명 증원 숫자에 꼭 맞추려고 끼워넣은 느낌) 


 


    각 대학별로 %를 보면 충북대의경우 거의 4배 상승입니다. 


    기존의 대학 역량과 교수진 숫자들 모두 다르거든요 


    나와서 실습할 병원 또 지역에서 취직시켜줄 인턴 전공의숫자들 다 다릅니다.


 


    그런데 그냥 200명으로 대동단결 


    솔직히 너무 우습지 않나요 의대생 배정위원회인가에서 몇일 토의끝에 각 대학별 인원수 정했다는데 


    뭐 아무런기준이 없어요 그냥 200명 숫자 보기좋네 


    이동네는 150명으로 맞추자. 


    강원도는 몇명정도로 맞추자.. 대충 숫자만 봐도 그런 분위기입니다.


 


     춘천에 한림대는 정원이 80명 안쪽이었는데 대학에서 적은 숫자로 신청했습니다. 


     인제대와 더불어 몇개 안되는 가능한 증원을 신청한 대학이죠. 100명으로 20명정도 증원 허락했더라구요.


 


     한림대총장이 딱 그정도 신청했으니까요. 인제대도 몇명 늘어나지 않았죠 


     사실 교육역량으로 따지면 한림대는 대학병원에 4-5개가 넘게 있어서 전공의 수련할수 있는 충분한 역량이 더 있습니다. 


 


     경북대 총장, 충북대 총장 알랑방구 끼니까 200명으로 맞춰줬습니다. ㅎㅎ 너무 비전문적이지 않나요


 


     하버드나 미국의 정말 세계적인 의대들, 교수숫자 수천명인 곳들도 의대생정원이 학년당 기껏해야 150명 내외입니다. 


     정말 충북대가 200명 정원을 가질수 있는 의대라는거 이번에 처음 알았네요.


     정말 세종시에 공무원들이 많아서 충북대, 충남대, 건국대 등등 충청도권에 대폭적인 의대 정원 확대가 되었을까요 


 


     그냥 의사까고 싶은 마음 접어두시고 이렇게 배정하는 숫자가 합리적이고 국민 건강에 도움되는 방법이라고 생각들 하십니까


     의대교육의 질이 정말 확보되고 몇년안에 교수 1000명 늘리겠다는 정부의 발표가 진심이라고 느껴지십니까


 


     윤대통령이 2라는 숫자를 정말 좋아하는지 2000명, 200명 그리고 2찍 ^^ 


     (루머로 천공이 성이 '이'천공이라서 2천명을 추진했다는 썰도 있으니까요 ㅎㅎㅎ)


 


3. 산부인과의 미래를 한번 말씀드려볼께요


 


   저는 산부인과로만 20년넘게 일하고 있고 특히 산과와 일반 부인과 질환을 다루는 평범한 산부인과 전문의입니다. 


   피부 미용쪽은 개념도 잘 안서고 관심이 없고 하니 그런 분야까지 말씀드리긴 어렵고 제가 제일 잘 아는 동네산부인과 얘기를 해보죠 


 


   산부인과는 크게 산과 / 부인과(부인암)/ 난임 3가지 파트로 구분됩니다. 


   부인암은 또 워낙 특수한 파트라 초기암을 제외하고서는 대학병원으로 보내게 되구요 


   난임 파트도 요즘 인기가 많죠 일단 당직이 없고 낮에 근무하고 그냥 동네에서 질염이나 초음파 진료만 하는것보다 


   그래도 산부인과에서 전문적인 느낌이 나는 파트이기도 하구요 


   저도 사실 난임선생님들이 좀 부럽긴합니다. 


 


   지금도 산부인과 전공의가 많은 대학병원에서 부족합니다. 다행히 소아청소년과나 흉부외과 보다는 괜찮다고 보는데요 


   그 이유가 여성의사들이 나와서 분만을 받지 않고 기본적인 부인과 진료만해도 페이든 개원이든 어느정도 괜찮은 수익이 


   되기때문에 다행()히 전공의가 정원의 80-90프로는 신청을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정말 산부인과에서도 3D로 불리는 산과쪽은 지원자가 너무 적습니다. 


   전공의 4년하면서 제왕절개, 질식분만을 실제 집도하는 횟수가 적구요 (산모들의 원하지 않고 대학병원에서 분만하는 건수가 


   확연히 줄기도 했고 고위험위주 산모가 많다보니 전문의인 펠로우이상 교수들이 직접하지요)


 


   제가 전공의 트레이닝 받을 시절인 2000년 초 중반대만해도 전공의들이 분만, 제왕절개를 아주 자연스럽게 다 했었습니다


 


   산과쪽이 어렵다보니 안하게 되는 이유도 있지만 지금은 산부인과 전공의들이 분만 및 제왕절개 등을 수련과정에서 많이 해볼수 없고


   그러다보니 더 못하게 되고 그러니 전문의를 따도 분만과 관련된 일을 더 선택하지 않게 되는 악순환이 되고 있지요 


 


   2000명 늘어나면 낙수효과로 필수의료에도 의사들이 흘러 들어갈거다 라고 희망회로 돌리는 분들이


   정말 많더라구요 그렇게 찰떡같이 믿고 계신 분들도 많아서 너무 놀랍고 답답한데요 


 


   저는 아직은 10년정도 분만이라는 일을 더 할거 같습니다만


   저희 산부인과 후배들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2000명 정원이 늘어난다고 10년뒤에 산부인과 특히 산과를 할 의사가 늘어날거다 그냥 웃음만 나옵니다. 


   지금도 지방엔 분만받는 의사들의 나이가 60이 넘어가고 있어요 


   그뒤로 그런 분만병원들을 이어서 또는 새롭게 개원해서 할 산과 의사들이 있을까요 


    


   항아리에 물이 넘치고 넘치면 누군가는 하겠지 


   아니에요 정말 안합니다. 그나마 산부인과 수련받는 전공의들도 그럴 생각 갖는 경우가 10%도 안되요 ㅠ 그게 현실입니다. 


 


4. 저는 정말 의사이닌 국민으로서 걱정됩니다. 


 


    2000명증원 언젠가 할수 있겠죠. 하지만 필수의료 정책에 문제되는 점을 미리 해결하고 늘려도 됩니다. 


    그때도 정말 필수의료할사람이 없는지 정책을 시험해봐야죠 


    공공의료 서울에 국립의료원도 제대로 키워내지 못하는데 지방의 공공병원을 빅5 수준으로 올려보겠다구요 


    그게 정말 믿어지십니까


  


     저는 이번 사태로 우리나라 필수의료의 미래가 너무 어둡습니다. 


     지금도 신생아 보는 선생님들 찾기 어렵고 조산위험성 있는 산모 대학병원에 전원하는 것도 너무 힘듭니다. 


     이대목동 사태이후로 그나마 신생아 중환자실 지키던 선생님들 많이 떠나서 전국적으로 초토화 되었어요 


     외과도 소아질환 수술할수 있는 선생님들 손에 꼽지요 


     제가 존경하던 흉부외과 선배님들 결국 그자리 지키지 못하고 혈관쪽이나 성형쪽으로 방향을 돌렸습니다. 


 


     여러분


     필수의료는 의사들이 돈만 보고 선택하는게 아닙니다.


     예전엔 선배가 친구가 같이하자 그러면 해야되는가 보다 하고 선택하기도 했는데요 


     정말 사명감 또는 그 분야를 정말 좋아해야지 할수 있어요 


 


     배부른 소리한다고 하실수도 있지만 낙수로 하는게 필수의료가 아닙니다


     전문의 따고도 5-10년은 더 일해야 흔히 말하는 명의 정도 비빌만한 수준으로 올라가는데요 


     일반 국민들은 의대 2000명 6년 지나서 의사까운입혀 놓으면 그런 정도 수준으로 우리 국민 건강을 책임질거라 


     희망회로를 돌리고 계시니 답답한겁니다. 


 


     꼭 지켜봐주세요 


     윤정권이 시행한 무모한 2000명의대정원 발표한 2024년 3월 20일


     그리고 그 정책을 두손두발들어 찬성하고 기뻐하셧던 이글을 읽고 계신 국민분들..


    


     후회하실겁니다. 내가 왜 그 윤정권이랑 보복부 차관 박민수가 추진한 정책을 찬성했었는지 하면서요 


 


5. 솔직한 개인적인 미래 목표 


 


   솔직히 이젠 저도 지쳐서요 국민건강 이런 거창한 생각은 포기하게 되네요 


   말이 먹혀야 얘길하죠 


   다행히 남들 하고 싶지 않아하는 산과를 전문으로 배웠고 그 일을 하고 있으니 


   체력이 닿는한 제가 사는 동네 산모들 잘 챙기고 병원 운영잘해서 언젠가 분만 그만하고 


   핸드폰 밤에 꺼져도 불안하지 않는 삶이 오기를 고대하면서 지내겠습니다. 


 


   가끔 분만 하신 산모가 둘째 임신할때까지 계속 일하셔야한다고 인사하고 가면 "그때까진 일할께요" 하면서


   지내는 낙으로 살아가면 되지요  


 


   2000명 늘어도 솔직히 여러분들이 항상 말하기 좋아하시는 밥그릇은 크게 뺏길일이 없을거 같아요 


   그러고 보니 과를 잘 선택한건가요 ㅎㅎㅎ 


   이미 제 밥그릇 50%는 국세청이 가져가고 있어서 밥그릇 더 키우고 싶진 않거든요 


 


   그냥 우리가족들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길 바래야겠어요 


   저는 뭐 이국종샘처럼 되고 싶지도 될 능력이 없거든요. 우리나라 국민들이 너무 의사들에게 이국종을 바라시는거 같은데 


   이국종샘 가족들은 행복할지 그게 전 의문입니다. 


 


   이글 읽으시는 분들 필수의료가 필요한 질병에 걸리지 말길 진심으로 바라고 항상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저도 저희 가족들이 뇌혈관 수술이나 대동막 박리같이 초응급 수술이 필요한 질환이 생기지 않길 바라고 


   추후 우리 아이들이 결혼하고 임신했을때 조기진통이 생기거나 산후출혈등과 같이


   응급질환이 생기지 말길 기도하면서 살아야 할거 같으니까요.


 


 


 


마침 외래예약이 1시간이나 텅텅 비어있어서 이렇게 긴글 써봅니다. 


너무 욕하지 마시고 궁금한거 댓글 달아주시면 성실히 답변 달아보겠습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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