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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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린 시절 난 80년대에 외동아들로 태어났다 미취학시절 옥탑방 단칸방에서 산 기억이 있다. 부모님은 몸쓰는 일을 하셨고 매일 늦게 들어오셨다. 엄마 말로는 몇년간 라면만 먹어가며 돈을 모았고 당시 핫했던 분당신도시 아파트를 구입했다. 2. 초등학생 초등학생인 나는 경기도 올림피아드 대회에 나가서 입상할정도로 공부도 잘했다. 매일 자기 전 1~2간씩 독서를 했고 그게 재미있었다 반에서 인기투표도 1~2등할정도로 재밌는 아이였다. 3. 중학생 탄탄대로였을 것 같은 내 인생은 중학교 입학즈음 완전히 바뀌었다. 부모님의 부부싸움이 잦아졌고, 아빠가 술에 취해 들어오는 날이면 물건을 집어던졌다. 하루는 던져진 물건이 내 코를 맞아 코피가 많이 흘렀다.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코에 작은 충격이 가해지면 어김없이 코피가 흐른다. 얼마 후 엄마는 나에게 미안하다며 이혼 후 집을 나갔다. 바보같은 엄마는 위자료 재산분할은 1도 없이 나갔다 얼마 뒤 아빠는 새여자를 집에 들여와서 새엄마라고 소개했다. 엄마도 밖에서 새 남자와 살림을 차렸다. 난 은둔형으로 바뀌었고, 집에오면 문닫고 컴퓨터만 했다 새로 진학한 중학교에서도 소심한 아이가 되었고, 난 왕따를 당했다. 독서와 공부도 멀어졌고, 성적은 최하위권으로 떨어졌다. 평생을 모아서 산 아파트는 새엄마라는 여자가 야금야금 뒤로 빼돌렸다. 자세한 방식은 모른다. 몇 년 뒤 그 여자는 아파트를 뺏어서 집을 팔고 도망갔고 나와 아빠는 어느 지방 반지하 월세로 겨났다. 3. 고등학교 아빠는 알콜중독이 되었고, 나는 학교 째고 피시방이나 다니는 쓰레기가 되었다. 어느날 저녁 집에 와보니 아빠는 침대에 누워있고, 옆에는 소주병과 하얀 종이가 있었다. 유서였다. 수면제와 소주를 왕창 마셨던 것이다. 아무리 깨워도 반응이 없었고, 대변이 나와있었다. 이게 죽기 전 증상인가 했다. 119에 신고를 했고, 5분도 안되서 구급차가 왔다. 응급실에 가니 위세척을 하려고 입을 벌리는데, 죽어가는 그 순간에도 살기 싫었는지 이를 꽉깨물고 절대 안벌리더라. 여러명이 달려들어서 겨우 입을 벌렸고 세척했다. 중환자실에서 며칠이 지났고 겨우 목숨을 구했다. 나는 아빠가 미웠던 순간이 많았지만 모두 이해했다. 아빠 인생이니까. 그러나 형제도 없는 하나뿐인 자식을 두고 목숨을 버리려 한 행동은 절대 이해할 수 없었다. 아빠 목숨은 살렸으니 자식된 도리는 다했다고 생각하고 그 길로 집을 나왔고 연을 끊었다. 지금도 생사조차 모르고 관심도 없다. 그리고 다짐했다. 아빠같은 인생만 살지 말자고. 4. 20대 초반 하지만 이미 나는 쓰레기같은 인생을 살고 있었다. 집을 나와봤자 생활력도 없던 나는 엄마에게 빌붙었고, 엄마가 주는 용돈으로 20대 초반을 보냈다. 하루하루 용돈을 받아 피씨방만 다녔다. 5. 군대 차라리 군대가 낫겠다고 군대를 갔고, 정말로 내 몸 외엔 신경쓸게 별로 없어서 오히려 편했다. 6. 20대 중반 제대 후에도 정신 못차리고 엄마가 얻어준 원룸에서 엄마가 내주는 휴대폰 요금, 엄마가 주는 용돈으로 하루하루 피시방을 전전긍긍하며 와우, 아이온 같은 게임을 하며 하루에 담배를 2갑씩 폈다. 엄마가 알바라도 해보라고 해서 피시방 알바를 했다. 자리는 안치우고 게임만 하다가 짤렸다. 식당 알바를 해봤다. 너무 힘들어서 다음날 출근 안하고 잠수탔다. 지금 생각해도 참 병신같은 삶이었다. 아마 그렇게 몇 년 더 살다가 재미없어지면, 나도 죽으려고 했던 것 같다. 7. 20대 후반 그러다 N번째 알바를 하는데, 꼴에 남자라고 예쁜 알바생이 눈에 들어왔다. 잘보이고 싶었는지 갑자기 성실해졌다. 하늘이 도왔는지 이 친구와 가까워졌고, 드디어 모쏠아다인 내게도 여친이 생겼다. 아무생각없이 살던 내가 여친이 생기니 갑자기 미래가 걱정됐다. 통장을 봤다. 전재산 100만원 미만. 이때부터 적금이란걸 들었고, 하루 2갑씩 피던 담배를 끊고, 게임을 끊었다. 한 순간에 쓰레기 인생이 성실인생으로 바뀌었다. 그렇게 2년이 지났고 통장에 몇천만원을 모았다. 하늘의 선물인지 2세가 생겼다. 그렇게 우리는 결혼을 했다. 8. 30대 아빠, 가장 하지만 월급200만원 외벌이 3인가족이 살기엔 쉽지 않았고 나는 4잡을 뛰었다. 회사를 마친후 돈되는 일은 다 했다. 집에 들아가면 새벽 3시였다. 3~4시간 자고 또 출근했다. 너무 힘들었고 예민해졌고 부부싸움도 잦았다. 와이프도 애기를 처음 키워보니 산후우울증까지 왔다. 이혼서류를 네이버에 검색해보기도 했다. 행복할 것만 같았던 결혼생활의 현실은 냉정했다. 내가 원했던 결혼생활과 너무 달랐다. 하지만 나에겐 신념이 있었다 "아빠같은 인생은 살지 말자. 여자와 술에 빠지지 말자. 자살하지 말자" 내가 어렸을 때 겪은 아픔을 우리 가족들에게 되물려주는 것은 용납할 수 없었다. 그리고 가난을 물려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점심시간에 구내식당 2500원이 아까워서 삼각김밥 700원짜리 먹으며 하루에 4잡을 뛰며 돈을 모았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니 1억이 모였다 2년마다 전세집 이사다니는게 싫어서 17평 구축 아파트를 대출1억 껴서 2억에 샀다 갑자기 부동산 붐이 일면서 2억짜리가 5억이 됐다 평생 1억을 모았는데, 몇달만에 부동산으로 3억을 벌었다. 아....재신은 이렇게 늘리는거구나 하고 깨달았다. 9. 안정기 아직 부자가 되려면 한참 멀었다. 하지만 10여년간 수많은 3~4잡을 뛰면서 수익을 늘리는 요령이 생겨서 지금은 1인사업을 하면서 월 2~3천정도 벌고 있다. 아파트도 몇 번 더 사고 팔면서 지금은 40평대까지 늘려왔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17평도 넓다고 좋아했었는데, 지금은 40평대도 작아서 50평대 매물을 보러 다닌다. 아이가 어릴 때 부부싸움이 잦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거의 다 돈 때문이었다. 돈이 없으니 항상 포기할게 많았다. 마음의 여유도 없다. 그러니 변기뚜껑으로 싸우고, 치약 가운데 누르는걸로도 싸운다. 아이 학원개수로 싸우고, 학습지로 싸운다. 와이프가 힘들어서 요리를 안하고 배달먹자 하면 말은 안해도 지출이 커지니 미워지고 괜히 다른데서 짜증내고 싸운다. 지금은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건 다 돈으로 해결한다. 와이프가 힘들어보이면 일일 청소이모님을 불러 집안일을 요청하고 한우 맛집 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서로 힘든 이야기도 나누고 아이와 즐거운 대화를 나눈다. 명절땐 여행을 가고, 처갓집엔 미리 가서 식사 대접하고 용돈을 두둑히 드리고 나온다. 사실 요즘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싶다. 와이프랑 싸울 일도 거의 없다. 그래서인지 요즘 더 불안하다 가끔씩 와이프한테 짜증내는 내 모습을 본다. 그럴 때 마다, 지금 내 인생의 행복은 내가 열심히 살아서가 아니라 와이프가 내 인생에 나타나줘서 라고 되새긴다 요즘 여자들은 남자 키 외모 재산 부모님 노후 등 다 본다는데 그 기준으로는 난 꼴찌of꼴찌다 와이프는 내가 성실해보였단다. 사실 그것도 다 가식이었는데... 내 쓰레기같은 인생을 살려준 와이프와 하나뿐인 자식에게 내 남은 모든 인생을 바쳐서 행복을 선물할거다 혹시 모를 불의의 사고에 대비해 종신,정기,질병상해보험도 빠방하게 들어두었다. 내가 불의의 사고를 당해도 와이프는 평생 일하지 않고도 돈 걱정없이 살 수 있을거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요즘 조금 살만해졌다고, 내가 나태해진 것 같아서 내가 살아온 길을 다시 한 번 적어보면서 내 인생은 내 것이 아니라 와이프것이라는 다짐을 다시 한 번 새기고, 남들이 뭐라해도 처자식을 위한 삶을 살기 위해서다. 자발적 호구다. 그래서 나는 술,담배도 끊었고 우리 가족 외 남의 인생에 관심도 없다. 그래서 뒷담화도 안한다.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오로지 어떻게 해야 돈을 더 많이 벌고, 우리 가족들이 행복할지만 24시간 내내 고민하는게 내 인생 유일한 취미이자 특기다. 나의 다짐을 위해 쓴 일기였지만, 쓰고 나서 읽고 보니 나같은 쓰레기 인생도 살다보니 이렇게 풀리기도 한다는 것을 보시고 한 명이라도 힘내서 살 수 있다면 공유할만한 가치가 있겠다 싶어서 이렇게 공유합니다. 일기라서 본문이 반말인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 세상을 힘겹게 하루하루 살아내고 계신 분들 부디 귀한 목숨 귀하게 살아내셔서 좋은 날 가득하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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