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봄 보기 전에 알아두면 재밌는 TMI > 자유게시판

역덕인 제가 한국 근현대사 중에 가장 좋아하는 사건이 12.12 입니다.

하룻밤동안 당사자들이 실시간으로 긴박하게 움직이는게

역사를 되돌아보는 입장에서는 너무 재밌는 소재이기 때문이죠

한국사 전체를 통틀어도 이만한 소재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아무래도 서울의봄의 작중 배경은 '군대' 이기 때문에

군사적 지식을 조금 알고보면 더 재밌게 관람하실 것 같아 몇가지 

'쓸모없는' 정보를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1. 왜 공수여단인가

작중 가장 많이 언급되고 등장되는 부대는 '공수여단'입니다.

반란군은 3/5공수여단, 진압군은 9공수여단을 최대한 빨리 서울 시내로 진입시키려는데

이는 '공수여단'이 가지는 특성에 있습니다.

- 명색이 특수부대이기 때문에 기동력이 매우 우월합니다

- 게다가 전시에 이 부대들은 적 후방(도시)에 침투하기 때문에 '시가전'에 특화된 훈련을 받습니다.

한마디로 양측 모두 서울 시내라는 전장을 염두에 두고

가장 빠르게 이동하면서 전투력 좋은 공수여단을 확보하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여담으로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에 공수여단이 투입된 이유도 역시 동일합니다)

2. 수경사(장태완)은 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는가

군대를 다녀오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보통 일개 부대의 편성은 아래와 같습니다.

스케일을 압축시켜서 수방사를 중대급으로 표현한다면

- 수방사령관이 직속부대인 본부/지원소대가 있고

- 수방사령관이 지휘하는 2개 전투소대가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여기서 당시 수방사의 핵심병력인 2개 전투소대는 '30경비단'과 '33경비단'입니다.

문제는 30경비단과 33경비단의 지휘관인 '장세동'과 '김진영'이 하나회였다는 겁니다.

한마디로 장태완 수경사령관은 

부임하자마자 이미 자신의 왼팔과 오른팔의 컨트롤 권한이 전부 전두환한테 P긴 상태라 다름없었습니다.

양팔이 처음부터 모두 잘려나갔는데 뭐 어떻하겠습니까....

만약에 30/33 경비단이 진압군 측 인사들이 맡고 있었다면

하나회는 쿠테타 시도도 못했다고 장담합니다.

3. 왜 육군본부가 B2벙커를 버린게 결정타인가

실제 전두환 회고록에서도 육군본부가 B2 벙커 버렸다는 소식을 들었을때

자신이 이겼다는걸 확신했다는 대목이 있습니다.

보통 핵심 지휘부가 사용하는 벙커의 외부는 대략 이렇게 생겼습니다.

시대상을 감안하면 제가 올린 사진이 가장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딱봐도 엄청 단단해보이죠

그도 그럴 것이 전시에 군대 핵심 지휘부가 대피하는 장소이기 때문에

쉽게 무너지거나 뺏기지 않도록 설계된 장소가 지휘 벙커입니다.

육군본부 벙커이니 만큼 당시에도 외부 폭격은 몰론이고

안에서 문 걸어잠그고 1개 소대(약 20~30명) 병력 정도만 방어해도

하나회 전병력이 몰려와도 려부셔도 1~2일 버티는건 일도 아니었을겁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지휘부가 다른 부대에 지원을 요청하건

해군을 부르건, 공군을 부르건, 하다못해 주한미군에 SOS를 치면

하나회는 벙커문도 못부수고 그냥 그대로 진압당하는 거나 마찬가지였죠

(추가정보: 여기서 주한미군을 언급한 이유는 12.12사태때 노태우가 동원한 9사단은 한미연합사령부 소속이기 때문입니다.

한미연합사령권의 허가 없이 서북면 최전방 부대를 쿠테타에 동원했다

주한미군사령관이 야마 돌아서 직접 전두환 노태우 모가지 따겠다고 움직일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이 벙커를 목숨 무서워서 버리고 수방사로 도망쳤다는게

얼마나 당시 군 수뇌부들이 무능했는지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현재 이 벙커 위에 지어진 건물은 2022년부터 대통령 집무실로 사용중입니다.....

(이쯤되면 B2 벙커가 얼마나 수성능력이 강했는지, 그리고 이걸 버린게 왜 그렇게 멍청한 판단이었는지 느끼실겁니다.)

이정도만 알고 보셔도 영화를 좀더 재미있게 보시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혹시 추가로 궁금하신 점 있으시면 댓글 남겨주시면 내일까지 답변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