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자랑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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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제가 고등학생 때 동생과 같이 등교를 위해 집을 나가려는 찰나에... 출근을 준비하시던 아버지가 가슴을 부여잡고 쓰러지셧습니다.
제가 급하게 119를 불렀고 구급차가 와서 저와 제 동생 그리고 엄마와 함께 근처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아버지는 베드에서 너무 괴로워하시면서... 숨을 헐떡이셧는데 그 병원 의료진들은 수납이 이뤄지지 않으면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고 버티고 있었습니다.
당시 저희집은 살던 집이 화재로 인해 집터를 제외하고 모두 소실되었고... 그로 인해 넉넉하지 않았던 살림은 더더욱 찢어지게 가난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 후 우리는 방 2개짜리 판자촌에서 살고 있었기때문에... 제 기억이 맞다면 어머니는 수중에 3-4만원 가진것이 전부였었습니다.
어머니는 일단 봐달라고 꼭 돈 구해서 오겠다고 매달렸지만... 그곳의 간호사와 의사들은 병원 규정이 그렇다며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보다 못한 구급대원 중 선임자로 보이는 분이 다른 구급대원분에게 다른데 가자고 소리를 지르며 아버지를 다시 태워서 이송했고 도착한 곳은 부천세종병원이었습니다.
가는 내내 엄마는 아버지를 보면서 울었고... 저와 제 동생은 그 모든 상황을 그저 말 없이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도착하고 응급실에서 의사들이 도착했는데 급성심근경색 같다며 바로 수술해야한다고.. 엄마에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바로 수납해달라고... 돈이 없던 엄마는 수술...수술부터 해달라고 돈 바로 구해서 오겠다고...사람부터 살려달라고.. 애원하듯 울었는데 그곳 직원이 곤란하다는 듯이 표정을 짓고 원론적인 이야기만 하고 있었습니다.
그걸 급하게 오시던 당시 흉부외과 높으신분...(아마 교수님이셧겠지요...) 이 보시더니... 자기가 해야 하는 수술이니까 본인이 책임지겠다고 일단 수술하자고 직원에게 말을해서... 아버지는 다행히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수술을 받으실 수 있었습니다.
그 후에 연락을 받고 달려온 이모와 이모부가 돈을 빌려주어 수술비를 충당했습니다. 엄마는 수술해주신 그 교수님께 연신 정말로 감사하다고 인사를 했고... 그 분은 제 동생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아빠 괜찮으실거야. 라고 한마디 하시고 웃으시면서.. 우리에게 멀어지셧습니다.
아마 그때부터 였을겁니다. 외교관이 꿈이었던 동생이... 용돈을 한푼 두푼모아서 중고책방을 돌아다니면서 낡은 의학서적들을 가져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녀석이 얼마전에 순환기내과 진료조교수가 되었습니다. 이제 겨우 전임달고 주니어가 된 정도지만 동생도 바쁘고 저도 바빠서... 예전처럼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간간히 만나면... 우리가 살던 어려운 그때를 종종 이야기하며 보냅니다.
500원짜리 동태 한마리로 찌개를 끓여서 이틀간 먹던 그 기억... 공납금 낼 돈이 부족해서 시에서 주는 장학금 타보겠다고 미친듯이 열올리던 그때...
모든 역경 이겨내고 자신의 꿈을 이룬 동생을 축하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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