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학교의 풍경(교사의 마음가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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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 15년 언저리인 초등교사입니다.
입직할 때만 해도 퇴직 앞둔 선생님들은 가벼운 체벌도 있으셨고
토요근무도 있었는데 15년만에 너무너무 환경이 변화했네요
뽐뿌에 아이디 공개하면서 글 쓸 용기는 없고, 아동학대방지법이 학교에서 널리 소송으로 퍼진 후
변호사들이 교사, 학부모들을 잠재적 고객으로 생각하게 된 뒤 변화 된 마음가짐을 한 번 써볼까 합니다.
저는 운이 좋아 아직은 아동학대나 학교폭력 교권침해 관련으로 송사에 휘말린 적은 없네요
절대 제가 잘해서가 아니라 그냥 운이 좋아서라고 생각합니다.
1. 생활지도
- 급식 시간에 밥을 타자마자 음료수나 디저트부터 먹고 밥이랑 반찬은 깨작거리다가 버리지만 머라고 하지않습니다.
식사 순서에 대해서 지도하면 그건 아동의 자유권과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잔반지도 역시 절대 하지 않습니다.
잔반지도해서 아동학대로 경찰조사 받으신 선생님이 한두분이 아니십니다.
3년전만 해도 바로 불러다가 머라하고 제대로 된 식사순서를 가르쳤겠지만, 요즘은 지도하지 않습니다. 부모가 우리애가 급식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요 아동학대에요라고 주장하면 인정되서 경찰 조사 받아야 하니까요
- 젓가락을 x자로 하든, 한 움큼 쥐어서 하든 지도하지 않습니다.
젓가락을 어떻게 쓰는가는 아동의 자유이기 때문입니다. 예전 같으면 콩 옮기기로 바른 젓가락 질 방법 수업을 했겠지만 부모님이 x자로 가르쳤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이 역시 지도하지 않습니다.
-유일하게 생활지도로 지도하는 경우는 다른 학생에게 피해를 줄 때입니다. 고성방가를 한다던지, 수업시간에 시끄럽게 한다던지, 다른 친구를 놀리던지 할 경우는 생활지도 합니다. 그러나 이도 꽤 위험한 행위입니다.
그렇게 지도 할 때 수업시간에 일어서라고 해서 지도하면 다른 친구들이 쳐다봐서 수치심을 느꼈다, 혹은 인격적 모멸감을 느꼈다고 말하면 아동학대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저만의 기준으로 다른 학생에게 피해주는 행위는 최대한 지도하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이도 학부모에게 잘 못 걸리면 여지 없습니다. 저는 운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2. 학습지도
-과제
사회시간에 문화유산 조사서를 쓰기위해서 답사, 인터넷조사, 책으로 조사 등 하고싶은 방법으로 하라고 수,목,금 세 번 안내합니다. 월요일 수업시간에 숙제를 해온 학생은 25명중 6명 뿐입니다. 조사를 안 해온 학생은 당연히 조사서를 쓸 수 없지요. 그래도 제가 할 수 있는 건 없습니다.
위험을 무릎쓰고 안 해온 학생 일어나라고 한 뒤 안 해와서 수업을 진행할 수 없음을 설명하는게 다입니다.
만약 이도 학생이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일어나라고 해서 다른 친구들에게 모멸감과 수치심을 느꼈다고 말하면 아동학대, 수업권 침해가 인정 됩니다. 그래도 이 정도는 안하고 넘어갈 수 없습니다.
-구구단
구구단을 못외우면 곱셈, 나눗셈을 할 수가 없습니다. 예전같으면 1학기 시작 때부터 구구단표 나눠주고 매일같이 외우게하고 남겨서라도 외우게 하겠지만 요즘엔 큰일날 일입니다. 남겨서 구구단 검사라뇨... 결국 구구단을 외우자 대회도 하고 이것저것 유인책을 써서 외우게 하지만 여전히 못외우는 학생도 있습니다.
학부모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 4단도 제대로 못하는 학생임에도 답장은 9단 빼고 다 잘 하던데 9단만 잘 할 수 있게 선생님이 도와주세요. 컨디션을 많이 타더라구요. 압박하지 말고 기다려 주세요.
구구단만 이럴까요 한글도 마찬가지입니다.
3. adhd 등 정신적으로 힘든 아이
- 일단 인정을 잘 하지 않습니다. 인정하고 상담센터나 병원 데려가시는 학부모님은 정말 고마우신 분들입니다.
어려서 그래요. 저도 어렸을 때 그랬는데 지금 잘 살아요. 선생님이 사랑으로 보살펴 주세요.
- 인정을 하고 병원에 다녀도 문제입니다. 약을 안먹이려고 부단히 노력하십니다. 전문의가 처방해준 약을 빼먹고 안먹인다던지, 반만 먹인다던지.
애가 약에 의존하는게 싫어요. 이겨내야죠. 약 안먹여서 보냈어요 오늘은 사랑으로 봐주세요.
결론
교사는 점점 수동적이고 보호적으로 변합니다. 최대한 문제될 만한 일은 만들지 않습니다. 교육과정도 최대한 보수적으로, 국가교육과정에만 맞춰서
피해자는 교사가 아니라, 질 좋은 교육 더 많은 걸 배울 수도 있었을 다른 아이들입니다.
저 위에 제가 걱정해서 뭘 안합니다~ 이거에 대해서 아마 과대망상이다 저런 학부모가 어딨냐 혹은 피해의식이다 하실 분들 계시겠지만
제가 쓴 모든 예는 실제로 송사에 휘말린 적있는 다른 선생님들의 이야기입니다.
요즘 변호사들이 여기가 노다지라 학교로 법무법인 송달, 내용증명이 엄청 날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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