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 안 대청소를 마치고는 잔뜩 쌓아둔 음식 두고 피자로 점심을

6년 전 나와 처의 생일이 낀 '4말5초' 벌인 합동 생일잔치 손님을 맞기 위해

음식 마련을 도우시겠다고 일찍 오신 이웃 수녀님

이어서 하나둘 집을 찾는 손님들

한가한 소도시 길가에 차들이 빼곡해지면서 우리 집 현관도 신발로 가득 차고

'누들 파티'에 맞춰 직접 만든 면을 들고 와 삶고 먹는 법까지 시연하는 쉥예

처가 준비한 잡채와 잔치 국수 말고도 저마다 들고 온 다양한 면 음식으로 채워진 테이블

식사가 시작되자 서서 움직이는 손님으로 좁아진 집이

음식 냄새 맡고 내려온 2층의 아이들까지 더해져 복잡해진 거실

모아도 한 줌 밖에 안됐던 아이들이 6년 만에 엄마 키들은 훌쩍 넘어 집을 좁게 만들고

식사를 마치고 오가는 이야기가 끊이지 않을 때, 생일 케이크를 내가려고 준비하는 처의 친구들

전등불 끄고 초 켠 케이크가 이동할 때 3호의 생일 축하 피아노 연주에 맞춰 노래도 부르고

이어진 2, 1호의 연주가 예전보다 훌륭했지만, 그때만큼 마음이 담기진 않았다 싶은 순간, "아, 이 사춘기 십대들'

전등이 켜지고 처가 케이크를 자르려 하자 엄마 곁에 바짝 붙어 선 3호

부랴부랴 모아서 단체 사진을 찍은 이유는

지난해 여럿이 집에 돌아간 뒤 몇몇이 남아 찍은 게 아쉬웠기에

더러 가고 남은 손님들끼리 자연스럽게 무리를 지어 이야기하는데

남자는 남자끼리 여자는 여자끼리

그리고 부엌에 구경거리가 난 듯 모인 다른 사람들

배가 조금 꺼졌다 싶은지 준비한 도삭면(刀削麵)을 만들어 야식으로

다음 날 아침, 전날 치운다고 치운 부엌은 여전히 설거짓거리가 가득

청소는 잠시 접어두고 아이들이 준 생일 카드 열어보고

선물도 열어보며

느긋하고 게으르게 맞은 4월의 마지막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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